2016년 대한민국 해안선 일주 (2.25~3.10)

2016. 3. 9. 22:45Diary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놀러다녀 온 여행인데, 한껏 멋을 부려 소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문화유산을 접하는 자세처럼 나름 진지했던 여행입니다. 왜냐하면 언젠가 이 땅에 살던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아프리카까지 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그러기위해 우선 내가 사는 주변을 둘러보고 이해하며 여행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여행 콘셉트는 '해안도로를 따라 내가 좋아할 만한 해안을 찾아보는 자유여행'. 즉, 한마디로 해안선 일주하며 유람하겠다는 여행입니다.



우선 떠나기 전 서점에서 서점에서 이것저것 정보도 수집해서 엑셀 리스트도 만들고, 구글 지도에 포인트도 찍어 놓았습니다. 

구글 마이맵을 이용해서 들를 만한 곳을 설정하니
여행 중간중간 목적지 확인하는데 몹시 유용했습니다. 


"수첩으로 기억하는 여행의 기억"


온라인 지도를 만들 때 마음은 여행 중간중간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검색하려고 만들었는데 여행의 멋과 맛은 결국 수첩이라고 생각합니다. 

1일차 2.25(목). 가까운 서해쪽으로 우선 향했다. 익숙한 차막힘이 풀리고, 대부도를 지나려니 한적하기까지 했다. 산업단지 같은 화성에서 당진까지의 모습. 신도시 같은 서산을 지나 도착한 태안반도. 언젠가 와봤을까 기억나지 않지만 비시즌이다 보니 대부분 숙소는 휴업 상태였다. 편의점에 들려 물어 보니 비시즌이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고 한다. 밤에 보려니 흉물스럽고, 무섭기도 한데 다른 방법이 없을까... 

2일차 2.26(금). 태안반도를 떠나 군산에 도착했다. 횟집과 조개구이집이 그득항 남당항, 굴구이집이 그득한 천북굴단지를 지나 생활의 달인에 나온 '오양손칼국수'에서 점심을 먹고, 인구 28만의 전북 군산에 도착하였다. 수도권 신도시 느낌의 신시가지와 일제시대 흔적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 새만금과 농어업의 중심지여서 그런지 경제적 여유가 느껴지는 도시였다.

3일차 2.27(토). 군산의 명물 '이성당'에서 빵도 사고 밀크 쉐이크도 먹고 새만금을 바라보았다. 저 광활한 바다가 매꿔지는 것을 보며 인간의 도전정신 보다 자연재해가 걱정되었다. 새만금을 넘어온 후 변산반도. 아름다운 도로 때문인지 사람과 차가 많았다. 걸을 만한 길도 잘 조성했고, 대명리조트 주변이 메인 상권이라고 보여졌다. 바다가 보이는 몇몇 펜션(해넘이, 바다소리)가 있었고, 젖갈시장이 인상 깊은 곰소항, 다시 가 보고 싶은 동호해변. 거지같은 펜션을 10만원에 소개한 구시포해수욕장. 그리고 불빛조차 없는 몇몇 해수욕장들. 그리고 저녁이 되서야 찾은 전남 영광군 홍농읍 힐싸이드 모텔. (저렴하고 깨끗, 젠틀한 사장님이 계신 곳)

4일차 2.28(일). 전남 영광 법성포의 굴비골목식당에서 먹은 굴비정식. 정말 많은 종류의 생선 반찬이 나와서 놀랐다. 그리고 고속도로로 달려 도착한 목포. 영화 때문일까 조폭, 거친 남자들의 도시가 아닐까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남 목포는 인구 24만의 산업도시로 군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숙소 주변에 현란한 단란주점 간판이 많은 것으로 보아 관련 산업도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짐작이 된다. 이 날 저녁에 Amazon 지원 의뢰를 받아서, 3.6일 지금도 쓰고 있다. 

5일차 2.29(월). 증도를 들리기 위해 다시 왔던 길을 조금 되돌아 갔다. 슬로우시티 증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 2위라는 타이틀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과연 재밌는 경치도 많았고, 멋진 밀물 구경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숙박비. 손님을 싸게 받는 것 보다, 안 받고 난방을 안 하는 것이 나은가 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인구 8.2만의 전남 무안군. 조용한 소도시라서 패스 후 다시 목포에 숙박하게 되었다. 바닷가 포차의 풍류를 즐기기 위해서였는데 원래 목적지는 강품으로 휴점, 대안으로 간 곳은 도저히 술 맛이 안 나는 곳이었다. 

(2.25~.229 이동 경로)

글을 쓰는 지금(3.6)도 여행 중 이라 총평을 하기는 이르지만,

지방 도시 대부분의 생활 수준은 수도권과 비슷했다. 오히려 다양한 풍경 덕분에 더 좋았다. 다만 정부정책에 심히 의존되는 경제상황, 무분별한 개발과 대책없는 여행 상품, 넘쳐나는 봉분과 공동묘지를 양산하는 장묘문화는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2월 여행 사진으로 만든 구글 포토 애니메이션


[추가. 3월 6일 작성]

3월 1일부터 6일까지 여행 루트

6일차 3.1(화) 맑은 날씨. 하지만 바람불면 서늘. 목포의 맛집 - 독천식당에서 육회+낙지 탕탕이를 먹고 진도로 향했다. 소문대로 맛도 괜찮고 음식과 시설, 서비스 모두 괜찮았다. 근처에 있는 F1서킷을 보려고 했지만 길을 잘 못 들어 진도로 바로 갔다. 다들 삼일절 행사에 갔는지 이제 진도 팽목항은 잊혀진 장소였다. 그리고 진도에 대한 인상이 깊었는데 주거 시설 정비나 도로 정비도 잘 되어 있고, 뭔가 살림이 잘 된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섬이지만 농업인구가 70%, 대부분 특수작물-구기자, 진도홍주-을 재배하는 부농으로 생각됨) 보성을 지날 무렵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고속도로 톨비가 비싸서인지 대부분의 운전자가 몹시 과속을 하고 있었다. (비싼 돈 내니 스트레스 좀 날려 보자는 마음 아니었을까) 깜깜한 시간 도착한 여수의 돌산공원도 한 바퀴 돌아보고, 엑스포 공원도 서성이다가 여수시청(한 3개 정도 있다.) 부근이 핫 플레이스라는 말에 숙소를 잡고 '강남 원더비어'에서 한 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인구 29만의 전남 여수시는 '여수밤바다'처럼 로맨틱하기 보다,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느껴지고, 산업도시(석유화학, 비료, 정유)의 규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7일차 3.2(수) 맑고 꽤 따듯한 날씨. 여수시청 (여서동)부근의 빨래방에서 그 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 여행의 새로운 발견. 오는 길에 보인 웅천동은 판교 카페 골목처럼 될 것 같았고, 여서동은 시청 청사가 들어올 만큼 번화한 곳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남해군에 오후 4시 정도에 도착. 독일인이 없는 독일 마을에서 독일 맥주를 마시며 Amazon이력서를 업데이트. 멀지 않은 거리에 남해 나폴리라는 경치 좋은 숙소를 잡고 삼천포(사천시) 경복궁 숯불갈비에서 저렴하고 맛난 돼지갈비를 먹을 수 있었다. 행정구역이 '시'면 보이는 홈플러스, 롯데마트, 다이소... 그 중 보였던 홈플러스에서 가볍게 장도 보고 창선도의 숙소로 복귀.

8일차 3.3(목). 맑은 날씨였고 낮엔 덥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남해군을 떠나기 아쉬워 티뷔 맛집에 소개된 여원식당에서 멸치쌈밥을 먹고, 미국마을과 남해 해안도로를 둘러 보고, 배용준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리조트'를 가보았지만 정문에서부터 뺀찌먹고 인구 140만, 굴과 나전칠기가 유명한 통영으로 이동하였다. 얼마전 티뷔에서 본 통영 다찌집을 가려다가... 인당 가격도 비싸고, 만족도도 낮을 것이 염려되어 현지인이 찾는다는 맛난 삼겹살집인 '서울 삼겹살'에서 회식! 마무리로 다이소에서 생활소품 구입 후 하루를 마무리 했다.

9일차 3.4(금) 부슬비 내리는 흐린 날씨. 어제 저녁부터 갑작스레 아이폰 터치에 이상이 생겼다. 가장 가까운 거제 동부대우전자서비스에서 확인한 결과... 불량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여행 중 난감한 상황, 백업도 못 했는데... 센터 여직원분이 엔지니어로서 아이폰 개봉 후 약간의 청소(?)를 해주시니 신기하게 드문드문 터치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맛탱이인 상황이 3.6(일)도 진행 중. 거제를 둘러보니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숙소에서 2박을 하기 위해 거제 롯데마트에서 가볍게 장을 봤다. 많이 마실거 아니니깐 와인 한 두병 사볼까 하고 들어갔는데... 인구 25.5만명, 조선업의 도시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외국인이 사는 곳, 그러다 보니 와인도 서울 어느 매장보다 다양했다. 

10일차 3.5(토) 흐리고 부슬비. 밤사이 새벽 4시 무렵에 소방벨이 울렸다. 전 날 저녁에도 오작동을 몇 번 하더니... 새벽에 이십여분이나 울리도록 지배인은 단잠을 자고 있었다. 푹 쉬려고 비싼 돈 주고 2박을 했지만...소방벨에 시달리고, 다양한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일까... 일어났는데 몹시도 찌뿌둥한 몸. 11시부터 한 시간 가량 주변 해변 산책을 하고 숙소옆 학동 자동차 캠핑장 구경을 했다. 그리고 다시 휴식.

11일차 3.6(일) 안개 가득한 하루. 해금강과 외도를 보기 위해 기다렸지만 끝내 유람선이 뜨지 못했다. 절경이라던데... 외도와 매물도는 나중에 봐야겠다. 그냥 스쳐가는 바람의 언덕에서는 주차장 사업이 돈 벌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명사해변은 생활 이름과 달리 쓰레기가 돋보였다. 부산을 넘어오며 가장 기절 초풍한 것은 거제도에서 부산으로 넘어 오는데 드는 엄청난 톨비. 과연 이 나라의 도로공사는 무엇인지, 경상도민의 마음은 무엇인지 화가 났다.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원산면옥'에서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만두를 먹어보니 문득 서울이 그리웠다. 지방 맛집을 들를 때 마다 드는 이 기분. 앞으로는 서울이 싫어질 때 지방 맛집을 찾아가리... 만만치 않은 차량수와 짜증나는 운전자들을 이겨내며 해운대 숙소에 도착한 것이 19시. 넓은 욕조, 큼직하고 안락한 침대. 오늘밤 숙면을 기대해 본다.

[추가. 3월 9일 작성]

12일차 3.7(월) 맑음. 아침부터 올레 매장에 아이폰 서비스를 받으러 감. 7명 기다리는데 2시간 걸림. 해결 안 되서 임대폰으로 아이폰4 수령. 14시에 숙소앞 돼지국밥하고 해운대를 거닐며 새모이를 주는데 갈매기가 정말 배짱이 좋았다. 택시로 4천원 정도 거리의 광안리는 뭐가 많이 들어섰는데, 지는 해를 보며 맥주 한 잔하기 좋게 날씨도 더웠다. 해가 진 후 '부를래' 위의 4층 이자카야에서 한 잔. 숙소로 돌아와서 22층의 라운지에서 맥주 한 잔하며 바깥을 바라보니 해운대, 광안대교가고 다 보이는 최고의 포인트더라.

13일차 3.8(화) 흐리고 선선해졌다. 부산 달맞이는 더 세속적이고, 밤새기 좋은 찜방(Hill Spa)도 있었다. 송정은 서핑을 할 수 있는 파도가 들어올 것 같지 않았다. (비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하지만 나름 술 한 잔 하고 놀기에는 좋을 듯. 울산, 포항을 지나 영덕을 지나는 곳의 해안도로는 정말 다시 찾고 싶은 곳. 그리고 도착한 백년손님 남서방의 후포리. 원조대게마을에서 상급의 대게와 홍게도 먹었지만 왠지 배가 살살 아프다.

14일차 3.9(수) 싸래기눈이 날린다. 경북 울진을 지나 강원도로 들어섰다. 어제부터 보이는 동해의 바다는 정말 사랑스럽다. 들어가보고 싶은 바다. 하지만 경북 울진 원자력 발전소는 위용을 넘어 무섭다. 부근의 가스저장소도 그렇고. 삼척에서 점심 먹고 저녁에 들른 경포대. 한가하고 세속적인 풍경. 하지만 흩날리는 싸래기눈이 쌓인 바다는 정말 멋지다. 

[추가. 3월 13일 작성]

15일차 3.10(목) 눈이 소복히 쌓인 강릉 경포대. 아침 산책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은 안 보이지만 발자국이 빼곡히 남았다. 자주 오는 곳이니 양양 서피해변까지 해변을 찾아 다시 이동하다 보니, 양양 서피해변 부근의 다소 조용한 해변에 외로운 서퍼가 홀로 파도를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양양 서피해변은 올 여름을 위해 새단장을 하는 가게들이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몇몇 서퍼들. 닫힌 가게와 어색한 서퍼,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서핑 마을은 어떤 모습이 될까? 땅 값은 오르겠지만, 우리가 꿈꾸는 해변이 될 수 있을까? 

서울IC를 지나니 확연히 느껴지는 교통체증과 뿌연 하늘이 서울임을 알려준다. 

총 주행거리 약 2,600km.


"대한민국 해안도로 일주를 마치며"


이미지를 클릭하면 구글 포토로 만든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먼저 아쉬운 얘기를 하자면 여행의 목적을 이루지 못 했다는 것 입니다. '서핑하기 좋은 해변', '조용히 칩거하며 때론 술 한 잔 즐길 바가 있는 해변'은 못 찾았습니다.
하지만 나름 수확도  있습니다. 앞으로 멋져질 해변을 발견했고, 여름에 가면 좋을 해변도 충분히 찾았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가 생겼습니다. 부끄럽지만 이 전까지 영호남지방을 제대로 가보지도 못 했고, 알지도 못 했는데 지금은 그리운 곳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평소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을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 새만금 방조제의 역할과 우리가 주의할 점
  • 음울하게 방치된 비수기 해변 관광지 개선안
  • 여행자를 위한 네비게이션 아이디어
  • 민자도로의 과도한 톨비
  • 지방도로의 과속운전
  • 동물들의 로드킬
  • 국토를 뒤덮을 것 같은 장묘문화
  • 지역 경제 활성화의 방안 (지방주 활성화, 지역 전문가의 관광 정보 제공)

끝으로 여행을 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간단한 필기구와 지도는 꼭 챙길 것을 강추 합니다.

[추가. 3월 13일]   드라마 시즈널 최종편을 보고나니 '심곡금진해안도로'를 그냥 지나친 것도 아쉽네염. 아마 여행하는 시기랑 촬영 시기가 비슷했을 텐데...ㅠㅠ

[추가] 아마존은 떨어졌습니다. 덕분에 다른 회사 잘 다니고 있습니다. 쌩유,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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