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타다 목뼈 뿌러지는 바람에 수술했어요~

2015. 4. 24. 18:09Diary

2014년 1월 4일.

용평 스키장에서 오전에 파라다이스에서 보딩을 하다가...

사람 피하느라고 시원하게 넘어졌다.

당시 잠깐 기절까지 했고, 일어나서도 수 분 동안 앉아 있어야 했었다.

거의 이십년을 탔지만... 이렇게 다칠 줄이야...

암튼, 다시 일어나니 약간 어벙벙했지만 스스로 보드 타고 내려 올 수 있었고,

내려와서 숙소에 내려와서야 헬맷이 깨진 것을 알았다.

사진은 숙소에 내려온 후 찍은 사진. 


서울에 올라와서 출근했지만... 왠지 기분이 찝찝하여 회사 근처의 병원에서 뇌진탕 증세는 없는지 상담 받았지만...

뇌진탕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 했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뭐, 지금 돌아보면 목이나 척추, 다른 부분들도 검사를 받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암튼, 의사 선생님이 뇌진탕은 아니라고 하시니

다음 보딩을 위해 바로 헬맷을 하나 질렀다.


헬맷과 고글은 정말 신상... 

사실 사고 이후에 한 번 더 갔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썼는데... 이제는 팔아야 할 상황. 

 

암튼 그 이후... 한 달 동안 하루하루 몸이 나빠졌다.

몸이 저리고, 심할 땐 통증이, 움직일 때 불편하거나 어색함이 느껴지게 되었다.

결국 동네 정형외과에서 입원하였고, 목뼈가 이상하니 큰 병원에 가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위 사진은 방화 정형외과 입원 당시 찍은 사진.

왠지 큰 병원에 안 가고 나을 수 있기를 기도하던 날 밤.


방화 정형외과에서 진단이 나옴에 따라...

곧 바로 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고, 선생님께서는 곧 입원하게 할테니 우선 진통제를 복용하라고 주셨다.

위 사진의 저니스타는 '마약성 진통제'


입원하기 까지 하루하루 몸이 나빠지고 있었고,

밤에는 누워서 숨 쉬는 것도 불편하게 됐었다. 급기야 입원 전 날에는 밤새 불편하여 응급로 갈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위 사진은 수술 전 날 찍은 사진이다.

왠지 막상 입원하고 나니...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커졌던 때라 마음까지 힘들어 졌던 시기.


수술 전 날 밤, 가족들까지 다 보내고 난 후 혼자 한강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내일 수술 잘 될 꺼야.'


목 수술은 디스크나 사고로 인한 골절이든

수술의 개요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의 경우 목의 앞쪽을 절개하여 기도, 식도를 옆으로 재낀 후 C4의 인공뼈로 대체 및 C3,5와의 고정 유합이 있었다.

전방 절개의 경우 기도삽관을 하게 되며,

수술 후 회복 경과는 중환자실에서 보게 된다. (보통 1일)


하지만 나의 경우 수술 범위 및 기타 상황으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3일을 보내게 되었고,

그 이후 발성이나 섭식까지 3일 정도 소요 되었다. 


사진은 퇴원 기념으로 찍은 주사 바늘 샷.


한 달에 한 번 정도 검진을 받고 있으며,

사진과 같이 별 이상 없이 회복 중 이다.


아직도 몸이 저리고, 거동이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거의 정상인과 같다.

참 많이 다쳤고, 위험했지만 이제 많이 회복되니 후유증이랄까... 아직도 남은 것들이 거추장스럽다.

물론 목뼈 골절 시 다친 신경이 회복되지 않을 것 이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도 이해하고,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한 수술이었음을 안다.

일 년 후, 바다 수영을 하고 있을 나를 그려본다.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이 좋아져 있을 나를 그려본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주인공 얘기라 정말 휘리릭 읽은 책.

수술 전에 읽은 것을 후회한다. 


만약 수술 전의 환자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은 수술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가 좋겠다.

하지만 보호자나 주변사람이라면 미리 읽어 두는 것이 척수손상 환자를 대하는 것에 대해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강추!!!


Me before you에 나온 척수손상 환자들 모임처럼, 척수손상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는 SCI(Spinal Cord Injury) 이고, AB(able bodied) C3/4/5 환자 입니다.
십년 전에 스노우보드 사고로 목뼈 골절 진단을 받았고, 당시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6개월 후 사회생활에 복귀하였고, 그 이후 별 탈 없이 지내다가 올초 겨울에 뿌러졌던 목뼈가 스노우보드 사고로 다시 충격을 받아 안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C4를 인공뼈로 교체했고, C3/5와 유합술을 하였습니다. 아산병원에서 수술한지 백일 정도 되며, 별다른 이상 없다는 정기 검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남들 보기에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상인과 같은 걸음을 걸을 수 있으며, 어떨 때는 알딸딸하게 술도 마시고 다니며, 회사에 복직하여 키보드도 잘 두들기고 있습니다.
 뛰어 다니기 아직 무섭고, 내리막길이 두렵고,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긴장되고, 손가락이 조금 불편하고, 오타도 많아지고, 술 마시고 난 다음날은 몸이 더 안 좋고, 수술 때 건드린 탓인지 수술 후 목소리도 고음이 안 올라가기는 하지만... 점점 다 좋아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내년에는 바다수영을 즐기고 있는 사진을 올릴 예정 입니다.

다들 건강&행복하세요~!!!

=====================================================================================================

2015.4.24 추가

수술 후 1년이 지나 MRI 촬영 후 경과를 확인했습니다.

정형외과 소견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뼈도 잘 굳었으니 운동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목디스크 환자와 같이 팔 저림, 다리 저림 등이 여전하며 눌렸던 신경 줄기가 MRI상으로 아직 안 좋은 것이 흉터처럼 남았습니다.

새로 주어진 삶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렵니다. ^^

반응형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여름 제주여행 - 1일차(2015.7.23)  (0) 2015.09.18
구글의 변화 - Google is now many Googles.  (0) 2015.08.11
창조경제혁신센터 공모전  (0) 2015.04.21
20150413 - 홍대 회식  (0) 2015.04.14
오지랖, 힘내라!  (0) 2015.01.20